예전에 리버싱이 확실히 실력의 상징이었죠.
리버싱 공부에 시간 갈아넣은 만큼 티가 났고, 그 시간은 곧 리버싱의 진입장벽이고 가치였습니다.
근데 요즘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죠.
문제 해결의 핵심이 내가 직접 다 하는 것에서 AI를 써서 빨리 답을 뽑아내는 것으로 이동했습니다.
물론 100%로 완벽하지 않고 헛소리도 합니다. 근데 80+%를 공짜에 가깝게 밀어준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기술의 가치는 대체 가능성에 의해 결정되죠.
회계사가 왜 흔들리나요? 회계 지식이 쉬워져서? AI가 실무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어서죠.
리버싱도 똑같습니다. 리버싱? 여전히 어렵죠. 그런데 어려움을 뚫는 과정의 상당 부분이 해소되었습니다.
최근 올라온 "리버싱 쥐피티 벅벅돌려서 고렙 풀면 재밌냐?" 라는 글이 올라왔죠.
표면적으로는 그건 진짜 실력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솔직히 말하면 본질은 내가 오랫동안 쌓아온 희소성이 무너지는 걸 보는 불쾌감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적으로 너무 자연스러운 분노죠.
근데 감정이랑 현실은 분리해야 합니다.
제 회사 후배가 "저는 정석대로, GPT같은 툴을 안 쓰고 리버싱할 겁니다." 라고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AI를 쓰는 사람과 안 쓰는 사람이 같은 위치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리버싱을 더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AI를 쓰는 신입보다 퍼포먼스가 나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리버싱이 안 중요해진 게 아닙니다.
다만 이제 리버싱을 잘하는 사람의 기준이, “혼자 오래 버티는 사람”에서 “AI와 함께 더 빨리 맞는 답을 내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을 뿐입니다.
211.235 익명 분 댓글이 왜 저렇게 날카로운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글쓴이 분과 익명 댓글 작성자 분의 의견 모두 맞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LLM 쓰면 확실히 리버싱이 편합니다. 머리 쥐어뜯고 눈 빠지는 시간이 줄긴 하거든요. 그러나, LLM의 도움을 배제하고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해냈을 때 얻어가는 것이 훨씬 많기도 하죠.
저는 결론적으로, LLM은 도구로써만 쓸 때 그 효용이 최대를 발휘한다고 봅니다.
- 리버싱에 대한 기초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LLM을 사용해서 CTF 문제를 풀었다고 한들 그것이 효과가 있을까?
물론 없습니다. 문제는 풀 수 있겠지만 결국 얻어가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익명 댓글 의견)
- LLM 활용을 전혀 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정석이자 정답일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학습자"의 단계에서는 이것이 정석이자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버싱이 무엇인지, 처음 배우고 학습하는 단계라면, 외부 도움을 최소화하고 혼자 풀어나가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업이라면? 리버싱 지식과 AI 활용을 결합시켜 사용하는 사람만큼의 효율적인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까? 아니라고 봅니다. (원글 작성자분 의견)
모두에게 동일한 도구가 주어졌고, 모두가 도구를 쉽게 사용할 수 있다면 사실 도구를 내다 버리는 건 나뭇가지로 불 피울 줄 안다고 해서 모두가 라이터 딸깍 해서 불 붙일 때 홀로 매번 나뭇가지 비비고 있는 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에서 라이터를 사용할 수 없을 수 있으니 불 붙이는 것에 대한 지식은 가지고 있는 것이 좋겠지요.